리니지 가고 원신 라이크 온다, 지스타 2023 모두 까기

나흘간의 축제가 끝났다. 성과도 좋다. 총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7% 증가한 약 19만 7천 명이 벡스코를 찾았다. 또한, 부스 수는 총 3,328개를 운영, 지난 2018년 기록한 3,208개를 넘는 역대 최다 규모다. 게다가 '엔씨소프트'가 8년 만에 출전, 제1전시관 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아쉬운 점도 여럿 보인다. 코로나 이후 중단된 셔틀버스는 올해도 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100% 온라인 티켓 예약제도를 시행하면서도 줄을 세우고, 손목에 띠를 채우는 번거로움이 여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풍요 속의 빈곤이다. 외형적 퀄리티는 흠잡을 데 없지만, 주요 개발사들이 앞다투어 '원신 라이크'를 표방했다.

24년은 원신 라이크 vs 서양 판타지로의 회귀

가는 곳마다 '원신 라이크'였다. 쭉 읊어보자. ▲ 프로젝트 BSS ▲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 브레이커스 ▲ 명조: 웨더링 웨이브다. 리니지 라이크가 가니 원신 라이크가 온다는 말에 딱 걸맞다. 그래서 확신한다. 24년의 주를 이룰 장르는 카툰렌더링 기반의 MMORPG라는 걸.

다른 한 축은 서양 판타지로의 회귀다.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다시 다수의 개발사가 '시도'한다는 점에서 연중 인상 깊은 한두 작품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금년 행사에 공개된 ▲ 레전드 오브 이미르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소개된 ▲ 아스달 연대기의 출시를 고려했을 때 비슷한 블록버스터 작품 간의 대결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외 미공개 다수의 신작이 비슷한 볼륨, 동일한 콘셉트, 달라진 조작 방식을 앞세워 출시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루스한 속도, 뻔한 콘텐츠, 높은 권장 사양을 앞세운 '과거로의 회귀'가 높아진 시장 눈높이에 맞아떨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물론, '리니지 라이크'가 주를 이루었던 잃어버린 3년에 비해서는 다품종 다생산이라는 기조를 열기에 나쁘지는 않다.

프로젝트 BBS vs 브레이커스 vs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 vs 명조: 웨더링 웨이브

아웃풋을 비교해 보자. '김택진'대표도 플레이하며 감명받았다던 '원신'은 '프로젝트 BSS'란 이름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현장 반응은 호불호가 갈린다. 외형상 품질은 동 장르 중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테스트 이전의 버전이기에 '콘텐츠 디테일'이 미흡하다는 평이 뒤따른다.

반면, '브레이커스'는 서브컬처 요소에 속도감 있는 전투를 더했다. 먼저 해보건대 주관적 평가는 '프로젝트 BSS'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보인다. 특히, K-원신이라는 별칭이 일찌감치 붙는 걸 보면, 예상한 게 틀리지 않을 거다.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도 괜찮은 퀄리티를 자아냈다. 형보다 나은 아우 될 가능성도 있다. '넷마블' 특유의 BM이 접목될 걸 고려했을 때 국내보다는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의 성과가 더 클 것. 분명한 건 차세대 K-원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할 주요 타이틀인 것은 분명하다.

끝으로 '명조: 웨더링 웨이브'는 볼륨 대비 공개 분량이 적었다. 타겟팅의 불편함, 한정된 볼거리만 두고 보건대 구체적 평가를 내릴 수 없을 것. 게다가 체험 버전만 두고 봤을 때 '원신'을 압도할 원 모어 띵이 부족해 확 와닿을 어필 포인트가 있을지 의심이 든다.

차별화 포인트가 되레 불편해

이해할 수 없는 과도기적 변화도 눈길을 끈다. ▲ RF 온라인 넥스트 ▲ 별이되어라2 ▲ 판타스틱 4 베이스볼이 대표적이다. 세 타이틀의 공통점은 조작 방식의 변화다. 앞선 두 타이틀은 RPG 장르의 색이 짙은 바 키보드 이동, 마우스 타격이 보편적 컨트롤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RF 온라인 넥스트'에서는 좌 기본 공격, 우 스킬 공격 대신 좌 기본 공격, 숫자키 스킬 액션의 형태로 재편했다. 자동 공격 온 오프 역시 숫자키를 이용, 플레이 간 사방에서 몰려드는 몬스터에 즉시 대응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을 느꼈다. 즉, 작은 변화에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같은 의미로 '별이 되어라 2'도 이른바 JKL 액션을 내세웠다. 숫자키보다 일반적이지 않은 타격 키 구성은 벨트 스크롤이라는 익숙한 장르로 선보인다 하더라도 적지 않은 이질감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모바일 야구 게임, '판타스틱 4 베이스볼'도 어색하다.

예상하기에 전반의 형태는 최근 등장한 동 장르 게임과 유사하다. 그래서인지, 플레이의 재미를 투구 액션에서 차별화를 두었다. 여타의 경우처럼 구종을 선택 후 방향을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동심원을 그려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번거로운 조작이 추가된 것.

이는 최신의 야구 게임 트렌드와는 상반되는 '수동 조작'의 묘미를 더한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시뮬레이션 장르처럼 빠르게 끝내야 할 이닝이 번거롭고 지루하게 보일 수 있어서다. 물론, 주요 콘텐츠의 구성이 △ 챌린지 △ 쇼 다운 △ 홈런 더비 △ 친선 경기 등으로 구성된 걸 생각하건대 차선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스타 편의 개선 없이 2부제 시행은 재앙 될 것

자, 모두 까기의 하이라이트는 지스타 사무국이다. 수익화 사업으로 전환한 원년도 그랬지만, 올해의 행사도 영 불편하다. 문제는 네 가지를 꼽건대 ▲ 셔틀버스 중단 ▲ 사물함 부족 ▲ 입장 방식 ▲ 휴식공간 전무하는 점이다.

셔틀버스 중단의 계기는 '코로나'였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역과 주요 도심지를 잇는 노선 운행을 중단했다. 예상하건대 '비용'일 거다. 하지만, 확 올린 '티켓값'을 보노라면, 편의 확보 대신 수익성 강화를 택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할 건 하고 돈 보시라.

사물함 부족은 매해 거론되는 부분이다. 지난해까지 너그럽게 양해해 주던 '홈플러스'마저 사물함의 위치를 꽁꽁 숨겼다. 벡스코 안과 지하철 내 유료 사물함의 개수는 손꼽을 만큼 적다. 주렁주렁 묵직한 가방을 메고 서울, 대전, 대구 등지에서 달려온 마니아들의 한숨은 올해도 깊었다.

입장 방식도 문제다. 티켓을 구매 후 다시 아날로그 종이띠로 교환하는 과정이 꽤 번거롭다. 게다가 자원 낭비가 아닐지. 줄은 세우되 태그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올해 첫 등장한 1부, 2부의 구분은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내년 티켓값을 더 거두려는 검은 의도가 엿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휴식공간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오후 3시 반부터는 긴 줄, 그리고 스탠딩 석 위주로 부스를 구성한 게임사들 덕분에 행사장 벽면 곳곳 맨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마니아들이 왕왕 보인다. 마실 물 한 병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겠다.

하지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의 확보는 벽면에 빈백을 다수 나열하는 식으로라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동선, 볼거리, 구성 등이 보다 나아지기는 했다. 내년에는 더 나은 행사가 되기를 그저 바란다.